
솔직히 저는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반도체 실적 좋으니까 좀 버티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코스피가 단 하루에 10% 넘게 빠지는 걸 보면서, 제가 시장을 너무 단순하게 봤다는 걸 바로 인정해야 했습니다.
실적이 좋아도 주가가 꼭 오르는 건 아니라는 걸, 이날 제대로 다시 배웠습니다.
반도체 주가가 한 방에 무너진 진짜 이유
일반적으로 실적이 좋으면 주가도 오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에 매출 79조 3,187억 원, 영업이익 60조 5,426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이 76.33%였으니 만 원짜리 제품을 팔면 7,633원이 그대로 남는다는 뜻입니다.
제조업에서는 사실상 보기 힘든 숫자입니다.
그런데 시장은 이 숫자에 오히려 실망했습니다.
증권사 14곳이 예측한 컨센서스,
즉 시장 참여자들이 합의한 예상치는 매출 83조 4천억 원대, 영업이익 63조 5천억 원대였는데,
실제 발표치가 이를 모두 밑돌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컨센서스란 여러 기관이 낸 전망치의 평균을 말하는데, 쉽게 말해 "이 정도는 나올 거라고 다 같이 기대했던 숫자"입니다.
여기에 중국의 창신메모리가 대규모 상장을 하면서 글로벌 투자 자금 일부가 그쪽으로 이동했고,
중국 국유기업이 DUV 노광장비를 자체 개발했다는 외신 보도까지 겹쳤습니다.
DUV 노광장비란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핵심 제조 장비로,
이걸 자체 개발했다는 건 중국이 첨단 반도체 생산의 핵심 관문을 통과하려 한다는 신호입니다.
솔직히 이 뉴스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니었습니다. 작년부터 나오던 이야기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시장 체력이 너무 약해진 상태라서, 사소한 악재 하나에도 낙폭이 증폭되는 구조가 되어버렸습니다.
- SK하이닉스 2분기 영업이익률 76.33% — 사상 최고 수준
- 그러나 컨센서스 대비 매출·영업이익 모두 미달
- 중국 창신메모리 상장으로 글로벌 자금 일부 이탈
- 중국 DUV 노광장비 자체 개발 보도로 기술 추격 우려 재확산
빅테크의 AI 투자, 진짜 문제는 돈 씀씀이
AI 경쟁이 격화되면서 엔비디아,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이 흐름을 봤을 때는 "그만큼 미래에 자신 있다는 뜻 아닌가"라고 긍정적으로 봤었는데,
최근 들어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주요 빅테크들의 5년 만기 채권 CDS 프리미엄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출처: Financial Times).
CDS 프리미엄이란 채권이 부도날 위험에 대비해 가입하는 일종의 보험료 같은 개념입니다.
이 숫자가 높아진다는 건, 시장이 그 회사의 채권을 점점 더 위험하게 본다는 신호입니다.
오라클의 CDS 프리미엄은 1.44%에서 2.215%로, 엔비디아는 0.42%에서 0.82%로 두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메타는 블랙록과 합작법인을 세워 텍사스에 140억 달러, 약 20조 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했습니다.
직접 100% 투자하지 않고 외부 자본을 끌어들인 구조인데,
이건 투자 부담을 솔직히 인정한 셈이라고 저는 읽었습니다.
엔비디아가 오픈AI의 데이터센터 비용에 보증서를 써줬다는 뉴스도 나왔는데,
이런 순환 거래 방식이 실적을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같이 번졌습니다.
물론 웨드부시 같은 기관에서는 "수요가 견조하다는 걸 증명하는 지출"이라고 우호적으로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본 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속도를 보면, 투자자 입장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게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철강회사가 AI 덕분에 새 길을 찾는다고?
처음에 "철강회사가 AI 수혜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의아했습니다.
쇠를 녹여서 만드는 회사가 AI랑 무슨 관계인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AI 데이터센터는 결국 거대한 건물이고, 건물을 지으려면 철이 필요합니다.
현대제철은 올 3월에 데이터센터 전담 태스크포스를 꾸린 지 석 달 만에 국내 데이터센터 7곳에서 총 31,200톤의 철강재를 신규 수주했습니다.
데이터센터 하나를 짓는 데는 건물 뼈대용 H형강과 철근, 외벽과 지붕용 도금·컬러 강판, 서버 장비 케이스에 쓰이는 냉연 강판, 냉각 시스템용 탄소강까지 다양한 철강재가 들어갑니다.
현대제철은 이것들을 묶어서 파는 패키지 전략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동국제강은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에 특화한 H형강 용접 제품을 내놨는데, 석 달치 주문이 이미 쌓였다고 합니다.
포스코도 데이터센터용 냉각수 탱크와 반도체 공장용 특화 강재 개발 계획을 잡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종목들은 테마가 실적으로 연결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데이터센터 건설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은 꽤 구체적인 수요 근거가 됩니다.
어제 관련 종목 주가를 보면 현대제철이 7.03%, 동국제강이 5.2% 하락했습니다.
전체 시장이 무너지는 날이라 같이 끌려 내려간 측면이 크다고 봐야겠지만, 철강주를 볼 때 이런 구조적 변화도 함께 봐야 한다는 건 분명히 달라진 점입니다.
애플의 구독 전략, 그리고 앞으로 봐야 할 일정
애플이 장중에 시가총액 5조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엔비디아에 이어 두 번째로 이 기록을 세운 건데,
반도체주가 줄줄이 무너지는 날에 애플 주가가 0.94% 오른 340.08달러를 기록한 건 제 눈에도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애플이 결제 기업 클라르나와 손잡고 기기 임대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는 소식입니다.
아이폰은 월 17.99달러, 맥은 월 24.99달러부터 빌려 쓰는 방식입니다.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서 완제품 가격 자체가 크게 뛰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초기 부담을 월정액 구조로 바꿔놓은 전략입니다.
저도 아이폰 가격이 또 오른다는 말에 솔직히 걱정이 됐는데, 이런 방식이면 심리적 진입장벽은 낮아지겠다 싶었습니다.
지금 시장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일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삼성전자의 확정 실적 발표, 미국 FOMC의 기준금리 결정, 그리고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의 2분기 실적입니다.
FOMC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공개시장위원회를 뜻하는데, 여기서 기준금리를 결정합니다.
시장은 이번에 동결을 예상하고 있지만, 선제적 인상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되지 않은 상태입니다(출처: 미국 연방준비제도).
제 생각에 지금 시장은 실력이 갑자기 나빠진 게 아닙니다.
과일가게 비유를 빌리자면, 가장 잘 팔리는 가게 옆에 새 가게가 생겼다는 소문이 돌면서 손님들이 잠깐 멈춰 선 것에 가깝습니다.
다음 일정들에서 나오는 숫자가 그 멈춤을 깨줄 것인지, 아니면 더 주저앉힐 것인지가 지금 가장 중요한 변수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SK하이닉스 실적이 좋은데 왜 주가는 떨어졌나요?
A. 일반적으로 실적이 좋으면 주가도 오른다고 알려져 있지만, 시장에서는 절대 수치보다 컨센서스 대비 달성 여부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 76.33%는 역대급이었지만, 증권사들이 예상했던 영업이익 63조 원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기대만큼은 아니었다"는 평가가 즉각 반영된 것입니다.
기대치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Q. 중국 창신메모리가 국내 반도체 기업에 실제로 위협이 되나요?
A. 현재 창신메모리가 생산하는 물량은 대부분 중국 내수 시장에서 소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당장의 기술 격차가 좁혀진 건 아니라는 시각도 있지만, 몇 년 뒤 기술 추격 속도를 우려하는 시각도 함께 존재합니다.
지금 주가 반응은 실제 위협보다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Q. 철강주가 AI 데이터센터 테마로 오를 수 있나요?
A. 구조적 수요는 분명히 생기고 있습니다. 현대제철이 석 달 만에 31,200톤을 수주한 건 테마가 아니라 실제 계약입니다.
다만 철강주는 테마가 실적으로 연결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고,
중국산 공급 과잉과 건설 경기 침체라는 기존 부담도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단기보다는 중장기 흐름을 보는 접근이 현실적입니다.
Q. FOMC 금리 결정이 한국 주식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A.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거나 올릴 가능성을 시사하면 달러 강세·원화 약세로 이어지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팔아 달러로 환전하는 흐름이 생기기 쉽습니다.
반대로 동결이 확인되면 단기 안도 심리가 들어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번 FOMC 결과도 시장 반등 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결론
제가 이날 장을 지켜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나쁜 뉴스보다 "기대를 못 채웠다"는 실망이 더 무섭다는 것입니다.
SK하이닉스 실적은 어떤 기준으로 봐도 뛰어났지만, 시장은 그 뛰어남이 얼마나인지를 이미 가격에 담아뒀고,
거기에 조금이라도 못 미치면 가차없이 반응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실적이 주가를 올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컨센서스를 얼마나 넘겼느냐가 더 결정적입니다.
지금은 삼성전자 실적, FOMC 금리 결정,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실적이라는 굵직한 이벤트가 연속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결과들이 쌓이면서 반등의 단초가 생길 수도 있고, 반대로 하락을 더 깊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이 시기에 중요한 건 공포에 치우치지도,
낙관에 취하지도 않고 각 이벤트의 숫자를 차분하게 확인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