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이 6%까지 오르는 세제개편안이 나왔을 때, 솔직히 저도 처음엔 '드디어 집값 잡히려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뜯어볼수록 석연치 않은 부분이 계속 눈에 걸렸습니다.
집값 안정이 목표라면 왜 취득세와 양도세는 그대로 두거나 오히려 강화했을까.
이번 글에서는 그 의문을 제가 직접 계산해보고 검증해본 과정을 담았습니다.
보유세만 올리고 거래세는 놔두면 생기는 일
이번 세제개편의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실거주 중심으로 재편하고, 고가 아파트의 보유세를 대폭 올리고,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를 단계적으로 중과하는 것입니다.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보유세란 집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매년 내야 하는 세금을 말합니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대표적입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일정 기준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사람에게 추가로 부과하는 세금으로, 사실상 징벌적 과세의 성격이 강합니다.
제가 직접 계산해봤는데, 강남이나 반포 지역 아파트를 20~30년 보유해 시세차익이 50억 원 안팎인 경우, 장기보유특별공제를 80% 받으면 양도세가 약 4억 원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공제를 폐지하고 10억 원 일괄 공제로 바꾸면 세금이 거의 20억 원으로 뛰었습니다. 다섯 배 가까운 증가입니다.
이 수치를 보고 저는 두 가지 반응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이 정도면 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과, '아니, 이 정도면 오히려 안 팔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보유세를 높이면 매물이 늘어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팔 때 양도세까지 높으면 집주인 입장에서는 "차라리 버티자"는 계산이 먼저 서게 됩니다.
선진국 사례를 보면 보유세를 높이는 대신 취득세는 아예 없애거나 대폭 낮추는 방향으로 설계합니다.
거래를 막지 않아야 집이 순환하기 때문입니다(출처: OECD 세제보고서).
주차장에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오래 세워두는 비용(보유세)은 높이되, 들어오고 나가는 비용(취득세·양도세)은 낮춰야 차가 순환합니다.
그런데 이번 개편은 오래 세워두는 비용도 올리고, 나갈 때 비용도 그대로이거나 높아졌습니다.
그러면 차주는 그냥 버티게 됩니다.
결국 정부가 매물을 늘리려고 보유세를 올렸는데 오히려 집주인이 집을 안 파는 역설적인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감당 능력이 있는 사람은 버팁니다. 재산세가 오르고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줄어도, 더 낼 여력이 있으면 그냥 삽니다.
반면 현금 흐름이 부족한 사람, 특히 은퇴 후 연금 수입만 있는 고령 실거주자는 버티기가 어렵습니다.
집값은 올랐지만 팔지 않으면 당장 생활비로 쓸 현금이 늘어난 것이 아니니까요.
이런 구조에서 납부유예 제도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납부유예란 세금을 면제하는 게 아니라 납부 시점을 미루는 것으로, 나중에 집을 처분할 때 정산하는 방식입니다.
세금 자체를 없애지 않으면서 현금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설계입니다.
- 보유세(재산세·종부세)만 올리고 취득세·양도세를 그대로 두면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 장기보유특별공제 폐지 시 일부 고가 주택 보유자의 양도세가 최대 5배 증가하는 것으로 계산됩니다
- 현금 수입이 부족한 은퇴자에게는 납부유예 방식의 설계가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 선진국은 보유세를 높이는 동시에 취득세를 없애거나 양도세를 낮춰 거래를 활성화합니다
공급 대책 없는 규제는 체감이 없다
제가 이번 정책을 지켜보면서 가장 답답했던 건 세제개편 발표 시점과 공급 대책 발표 시점이 따로 놀았다는 점입니다.
세금 강화 먼저 발표하고, 여론이 나빠지자 뒤늦게 공급 카드를 꺼냈습니다.
용산공원 개발, 태릉 골프장 부지 활용 같은 이야기가 나왔지만, 제 경험상 이건 즉각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금방 보였습니다.
실제로 그 부지들 상당수가 사유지이거나 인허가 절차가 복잡한 곳들입니다. 3기 신도시만 봐도 그렇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 발표된 남양주 왕숙지구, 하남 교산지구 같은 3기 신도시는 발표 이후 7년째 완성이 안 된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개발 계획을 또 쏟아내는 건 숫자만 늘리는 것이지 실제 주택이 늘어나는 게 아닙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공급 발표가 오히려 시장 신뢰를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요.
공급 대책의 효과는 발표한 숫자가 아니라 실제 입주 가능한 주택 수, 입주 시점, 그리고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으로 측정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입지에 많은 세대를 짓는다고 해도 분양가가 너무 높거나 출퇴근이 불가능하면 집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그림의 떡입니다.
현실적인 공급 대책은 이미 진행 중인 3기 신도시에 정책적 지원을 집중해서 분양 시점을 앞당기는 것입니다.
새 부지를 계속 발표하는 것보다 이미 착공된 곳을 빨리 완성하는 게 체감 시점을 훨씬 앞당길 수 있습니다.
다주택자 문제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일반적으로 다주택자를 규제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르게 봐야 합니다.
집을 직접 살 수 없는 사람에게 전월세 주택을 공급하는 것도 다주택자입니다.
물론 다주택자를 무조건 보호하자는 게 아닙니다.
안정적인 임대를 제공하는 사람에게는 의무와 연결된 혜택을 주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책임을 묻는 방향이 더 정교한 정책입니다.
초고가 아파트 소유자나 다주택자를 악마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면 임대 시장까지 함께 왜곡될 수 있습니다.
청년 주거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비아파트 대출을 풀어준다거나 이동식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이건 실상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처럼 들렸습니다.
강남 아파트에 살면서 청년들에게 다른 형태의 주거를 권하는 것은 공감을 얻기 어렵습니다.
청년들이 원하는 건 결국 아파트 전월세를 좀 더 저렴하게 이용하고, 언젠가 내 명의의 집을 가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가능성입니다. 여기에 응답하려면 대출 완화도 전면적 규모 확대보다는 첫 집을 마련하는 실거주자 중 상환 능력이 확인된 사람에게 집중하는 방향이 더 효과적입니다.
모두에게 대출을 늘리면 집값 상승으로 이어져 청년이 더 비싼 집을 더 많은 빚으로 사게 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종부세(종합부동산세)를 왜 없애야 한다고 하나요?
A. 종부세는 일정 기준 이상의 주택에 추가로 부과되는 국세로, 특정 자산에만 집중된 징벌적 과세 성격이 강합니다. 일반적으로 선진국도 보유세를 높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선진국의 보유세는 지방세 형태로 해당 지역 인프라에 환원됩니다. 종부세처럼 국가로 들어가는 구조는 납세자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렵고, 재산세로 일원화해 지방 재정으로 환원하는 방식이 더 합리적입니다.
Q.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줄어들면 집을 팔게 될까요, 버티게 될까요?
A. 제가 직접 계산해봤을 때, 시세차익이 큰 경우 세금이 최대 다섯 배까지 늘어날 수 있었습니다. 감당 능력이 있는 사람은 버팁니다. 오히려 자금 여력이 없는 실거주자가 먼저 내몰리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양도세 부담이 클수록 집주인이 버티는 경향이 강해져 매물 증가 효과가 기대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Q. 3기 신도시는 언제쯤 실제 공급이 될까요?
A.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등 3기 신도시는 발표 이후 7년째 완성이 안 된 상태입니다. 새 부지를 추가 발표하기보다 이미 진행 중인 곳에 정책 지원을 집중해 분양 시점을 앞당기는 게 현실적으로 더 빠른 공급 대책입니다. 아직 착공조차 안 된 신규 계획은 체감까지 10년 이상 걸릴 수 있습니다.
Q. 다주택자를 규제하면 전월세 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나요?
A. 다주택자가 임대 시장의 공급자 역할을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일률적으로 규제하면 임대 매물이 줄어 오히려 전월세 가격이 오를 수 있습니다.
안정적인 임대를 제공하는 사람에게는 의무와 연결된 혜택을 주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만 중과하는 방향이 전월세 시장을 함께 안정시키는 데 더 효과적입니다.
결론
집값 안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데 집을 가진 사람의 부담을 늘리는 것이 집 없는 사람의 주거 문제를 직접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이번 세제개편을 들여다보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이겁니다. 보유세를 높이는 방향 자체는 선진국 기준에서 틀리지 않지만, 취득세와 양도세를 함께 조정하지 않고 종부세를 유지한 채 한쪽만 강화한 구조는 거래를 막고 시장을 굳히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책의 신뢰는 한번 내놓고 뒤집지 않는 일관성에서 나옵니다.
부작용을 없애려다 약효까지 없애버리는 것보다, 처음부터 세밀하게 설계하고 밀어붙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부동산 세제개편 논의를 지켜볼 때 단순히 세율이 오르느냐 내리느냐보다 취득세·양도세·보유세의 균형, 그리고 공급 대책과의 동시 설계 여부를 함께 살펴보시길 권합니다.